물건이 많은 것 보단 적은게 편하다.
이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7년 전쯤 분양상담사를 하면서 수도권 각지를 돌아다니게 됐을 때다.
집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으로 약 한달간 단기방을 얻어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정말 필요하고 뺄 수 없는 것 한개씩만 갖고 갔다.
립스틱 한개, 화장품 한개, 향수 한개.
옷은 한벌로는 부족하니까 세벌쯤
아침에 일어나서 바를 립스틱은 하나 뿐이고 뿌릴 향수도 하나뿐이었다.
오늘은 무엇을 바를까 무엇을 뿌릴까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있는 것을 바른다.라는 선택지 밖에 없다.
그렇게 한달을 살고 집에 돌아오니 집에 있는 너무 많은 선택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애초에 선택지에도 들어가지 않는 잡다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동안 그려온 낙서들, 일기들,
대학교때 과제한 것들
추억이라 생각된 각종 영화 포스터들
안쓰는 화장품들
안입는 옷들
방 한가득 채워진 물건들 중 필요한 것은 몇 개 없다는 것과
쓸모 없는 물건이 많으면 자연스레 정리를 못하게 된다는 것 (미련이 남으니 버리지도 못하고 어딘가 굴러다니게 된다)
쓸데 없는 것을 사는데 쓴 돈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아까운 초등학교때 일기는 남겨두고
중학교~ 30초반까지 쓰고 그렸던. 아픈 기억들이 더 많은 일기장을 한장 한장 찢어서 파쇄기에 갈았다.
대학교때 제출했던 과제들도 버렸다.
물론 정리하다보면 추억이 쌓여서 아까운 물건도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걸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물건이 없어도 그때 그 추억과 기억은 존재한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리한지 수년이 흘렀지만 그 때 그 물건들을 정리한 것을 후회한 적도 그 때 그 물건들이 필요한 적도 지금까지 없다.
그래서 지금 물건이 몇개냐고?
여전히 꽤 많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로 했지만 인간인지라 욕망에 눈이 멀어 한두개씩 사게 되기도 하고
"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야 하는거죠?!!! 난 맥시멈하게 살거에요!!!!"라고 말하는 남편과 살면서
정말 맥시멈하게 살게 되기도 했다.
방에 수묵화의 여백처럼 공간의 여백이 있으면 하지만 욕망에 져서 하나둘씩 무언가 사게 되니 여백은 커녕 수납할 곳이 없어서 밖에 쌓인 것도 많다. 다행인건 내 물건이 아니라 남편 물건인 경우가 많다는 것.
같이 사는 사람에게 내 생활 방식을 강요할 순 없으니 '미니멀은 못해도 심플하게 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적게 사고 필요한 것만 사는 노력은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장품의 갯수는 최소화 해서 내 화장품, 남편화장품 없이 하나로 사용하거나
생활용품도 저렴한 것 여러개 보다는 비싸도 좋은 것 한개를 쓰는 식이다.
다이소같은 곳은 최소한으로 가고 갖고 싶은게 있으면 왜 갖고 싶은지. 그게 꼭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과연 나는 잘 지키고 있는가 돌아보면 너무나도 부끄럽다.
생각난 김에 오랫만에 물건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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